20201009 5인 모임

핸드폰 터치가 되지 않는다. 핸드폰이 고장나면 항상 한편으론 개운한 기분이 든다. 내가 늘 과다 사용해서 그런가봐.

 

'파국'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4년 전 인기 있었던 드라마에 나온 말이더라. 추석에 거실에 놓인 TV를 통해 알게되었다. 남배우가 까만 이빨로 '파국이다'라고 말할 때 눈이 번쩍 뜨였다.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파국'이라고 말할 때 마다 저런 활자로만 볼 법한 말을 좋아하고 다들 많이 쓰네? 좀 신기하고 의아하네, 생각했었거든.

 

또 알게된 것. 깊은 잠을 자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과의 대화 중에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아를 놓고 생각을 안하는 거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로망이자 소망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생활이 되어간다. 거기서 매일 큰 기쁨을 느낀다. 생활 면에서 특히 충만하고 만족감이 높은 일주일이었다. 날씨 탓도 크다. 날씨가 매일매일 좋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아침에는 청량한 공기에 노랗게 쏟아지는 아침 해가 있었고, 해지는 거리에 서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던 모든 날의 설렘이 다시 떠올랐다. 얼마 되지 않는 여분의 지출 대부분을 선물하는 데에 썼다. 이거는 최근에만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과대평가, 과소평가, 과대망상, 과보호, 무관심, 지나친 집착과 기대 그런 것들이 없는 친구들 그룹의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이들은 사람 사이의 건강한 거리를 잘 아는 것 같다. 알고 모른다기보다, 걷는 것처럼 몸에 배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언제나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은 그걸 친구라고 부르나요 우정이라고 부르나요. 사랑이라고 부르나요? 아니면 상처받지 않는 영혼? 스스로에게 예의가 바른 사람? ... 이름은 커녕 그것을 존재하는 것이라고 느낄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는 것은 '있다'고 의식하기 어렵다. 지켜보는 나는 마냥 신기하다. 사실 이게 사람 간 거리에 관한 것인지 욕망과 자신 간의 균형에 관한 것인지 무엇에 관한 것인지도 확신이 없다. 그 감각에 흠결이 없어 어떻게 이름 붙이고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잘 알 수 없다. 좋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이게 무엇인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언어가 없다. 곧게 뻗은 무언가를 가진 이 친구들을 유심히 본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재미있다, 흥미롭다가 아니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풀밭에서 노는 고양이들을 보는 것처럼 흡족하다. 너무 변태같니? ... 서로에게 바라는 것도 해줄 것도 없는 채로, 그렇다는 사실도 전혀 인식하지 않은 채로 서로 곁에 있는 것. 뭘 배울 수 있어서도 아니고 뭘 도와줘야 해서도 아니고. 인정 받아야 할 것이나 풀어야 할 오해 없이. 억울함 없는. 억지도 없고. 흔히들 휘말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억압에 휘둘리고있지 않는 점이 좋아서? 그대로 자연한데, 아무도 고통 받고 있지 않아서? 아무튼 아마도 그런 점들 때문에.